작은 두 손으로 만드는 더 큰 세상

경남네팔교민회, 영화 상영회 수익금으로 자국에 기부
언론사명 : 경남도민일보 주성희 기자
입력일시 : 2026.09.02 수정 2026.09.04
고향 덮친 대홍수에 애타는 경남 네팔 교민들
교민사회 6일 영화 상영회 열어 구호 지원
가족·친구 잃고도 이역만리서 지켜볼 수밖에
“추억까지 휩쓸려” “현실 믿기지 않아”
경남 네팔교민회가 대홍수로 어려움을 겪는 고국을 돕기 위해 영화 상영회를 연다.
상영회 수익금은 네팔 홍수 피해 구호 성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상영회는 6일 낮
12시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에 상영되는 네팔 영화 <가운탈리> 올 7월에 개봉했다. 영화는 어린 나이에 결
혼해 교육받을 기회를 잃은 여성 ‘가운탈리’가 어려움을 딛고 배움으로 자기 삶을 찾
는 과정을 그린다. 한글 자막은 제공되지 않는다. 이번 상영회에는 창원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가 협력했다.
러비(Khawas Ram Bahadur) 경남네팔교민회 회장은 “상영회는 경남에 사는 네팔
교민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도우려고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라며 “하지만 현
재 네팔 상황이 심각해 네팔에 지원금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팔 교민·단체는 이미 네팔 정부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비 회장은 “홍수 피해가 큰 라수와 지역은 수력발전과 등산(트레킹)으로 유명해 네
팔인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이 방문하는 곳이어서 피해 또한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안
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팔 현지 상황은 참혹하다. 교통수단은 물론 전기·전화 통
신도 이용하기 어렵다”며 “하루빨리 구조·구호 활동이 이뤄져 피해 지역 주민과 고립
된 이들이 안전하게 구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수가 마을과 어린 시절 추억까지 휩쓸어…무력감 커
고향에서 일어난 재난을 타국에서 지켜봐야 하는 이주민들의 고통도 크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일하는 바니야 바따(28) 씨는 지난달 26일 이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홍수가 고향인 바그마티주 누와코트를 덮치면서 친척과 친구들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는 심경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바니야 씨는 “친구 중에는 부모나 가족 전체를 잃은 이들도 있다. 고통을 말로 다 표
현할 수 없다”며 “관련 영상과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난다. 새로
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두렵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역만리에서 고향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생기는 무력감도 그
를 더욱 힘들게 한다. “다녔던 학교, 물건을 사러 갔던 시장, 기도하던 사찰과 수도원,
오솔길과 다리들은 내 삶의 수많은 추억과 연결된 곳인데 홍수로 휩쓸려 사라졌다.
홍수로 마을과 건물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어린 시절 추억, 내가 알았던 이들과 연
결된 세상까지 휩쓸려 갔다.”
그는 실종된 친척·친구를 떠올리면서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만 되뇌이고
있다.
아버지 같았던 작은아버지 실종
락파 셰르파(36) 씨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 고성군 고성읍에 살며 조선소에
서 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으로 고열에 시달렸다. 지난달 26일 저녁에는 머리가 아프
고 열이 나서 끙끙 앓느라 핸드폰 볼 여력이 없었다. 락파 씨는 대홍수 사태 다음 날
오전 6시께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나서 작은아버지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
은아버지 소남 셰르파(54) 씨는 카트만두에 살며 트레킹 가이드로 일했다.
락파 씨는 “작은아버지가 8월 26일 오전 8시에서 8시 30분 사이 인도 관광객을 데
리고 중국 티베트 카일라스산으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는 데 필요한 서류와 여권을
준비하고 있다고 연락해 왔고, 그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며 “작은아버지가 일하던 회
사 대표까지 실종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락파 씨에게 소남 씨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다. 락파 씨 아버지는 그가 두 살이 되
기 전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형제 7명 가운데 막내였던 작은아버지가 그를 돌봤다.
락파 씨 가족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소남 씨 장례식을 치렀다. 셰르파 민
족은 20일 뒤 큰 장례식을 다시 치른다. 소남 씨뿐 아니라 작은어머니의 막냇동생과
친척·동네 지인들도 각자 장례를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락파 씨는 12년 전 작은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과 장례식 사진을 보여주며 “8월 27
일부터 일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휴대전화를 열 때마다 작은아버지에게 전화하고 있
지만 연결되지 않는다”며 “현실이 믿기지 않아 꿈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2일(현지시각) 현재 네팔 재난관리청이 집계하는 네팔 내 대홍수 사망자는 1050명
으로 늘었고, 중국 측 사망자 16명과 합한 전체 사망자는 1066명이 됐다. 실종자는
네팔 쪽에서 3916명(외국인 590명), 중국에서 546명(외국인 261명) 등 총 4462명이
다.
/주성희 기자
51266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대로 203(중앙동 2가) 1층 Tel. 055-714-1093~6 / Fax 055-714-1173 /
E-mail mfwc@hanmail.net
Copyright(c) 창원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All Right Reserved